밥 거부하는 아이에게도 나름 사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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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센터관리자 작성일20-01-03 16:24 조회84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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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원인만 잘 알아도 아이 밥 먹이기 수월해집니다
Q. 이제 막 돌이 지난 우리 아이, 요즘 이유식을 끊고 조금씩 밥을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우리 집 식탁은 전쟁터로 변했습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밥을 먹일 때마다 고개를 젓습니다. 이것저것 안 가리고 잘 먹어 주면 좋으련만, 어찌나 음식을 가리는지 연신 “싫어”만 외칩니다. 몸에 좋지도 않은 과자를 보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밥을 주려고 하면 경기라도 하듯 도리질 칩니다.
A. 아이는 돌이 지나면서 고형식을 잘 먹을 수 있다. 이때는 체중은 별로 늘지 않는 시기여서 먹는 양이 갑자기 줄어들기는 하지만, 입맛이 다양해져서 음식의 감촉, 맛, 냄새 등 ‘취향’이 생기며, 밥을 잘 먹을 수 있고, 어른의 식사 시간과 맞춰 함께 먹을 수도 있다.
이 시기는 분유 대신 생우유를 먹여도 되는 시기다. 아이들은 생우유를 더 잘 먹는다. 젖병보다는 컵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때 부모는 아이에게 우유를 얼마나 많이 먹일지 고민하기보다는, 다양한 고형식에 아이의 입맛을 길들이고, 그 양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먹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음식을 거부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마련하면 거부하던 음식도 먹게 된다. 아이는 놀이에 취해 식사 때를 거르기도 하고,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배가 고파도 먹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른이 먹는 식으로 먹거나 말거나 놔두면 야위기가 쉽다.
돌이 지난 아이를 먹이거나 다루는 것은 돌 전의 아기를 다루는 것과 차이가 있다. 돌이 지난 아이는 자기관리 능력이 어느 정도 있어서 엄마나 대리양육자와 독립되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확신하게 된다. 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돌아다니는데 에너지 넘치며 자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뿐 아니라 자신이 엄마와 독립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느라 “안돼!”를 연발한다.
◇ 밥투정 심한 아이에게는 '얼마나' 먹는가 보다 '어떻게' 먹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만약 부모가 돌 전의 아기를 다루듯 한다거나 단순히 아이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돕는 역할만을 한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식품을 고르고, 음식을 만들고, 식사 시간을 조절하고 아이가 가족 식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부모의 몫이다. 그러나 아이가 안 먹는 것, 적게 먹는 것, 야윈 것은 부모의 탓이 아니다.
아이들은 본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그 낯섦과 변화에 대한 반발심도 매우 크다. 음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음식을 보면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식품의 맛과 냄새, 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이유식을 끊게 되면 재료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음식을 먹게 되므로 이때에는 조리법을 바꿔 가며 아이의 입맛이 더 다양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 밖에도 아이가 안 먹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아이가 잘 안 먹는 아이일 때 ‘아이가 잘 먹는 것이라도 먹인다’는 태도를 보이는 부모들이 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는 점점 더 익숙한 것만 찾고, 새로운 음식은 영영 거부할 수도 있다.
이가 아프거나 몸이 아파서 잘 안 먹는 아이도 있다. 평소에는 그런대로 잘 먹던 아이가 어느 날은 잘 먹지 않으려 든다면 신체적인 이상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음식과 관련된 불쾌한 기억도 문제가 된다. 부모가 당장 무엇을 얼마큼 먹는가에 주목하다 보면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먹이기 위해 아이를 다그치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식사 시간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부모가 강제로 아이에게 밥을 먹여 억지로 먹었던 불쾌한 기억이 있다면 아이는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즉, 얼마만큼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안 먹는 습관을 바로잡을 때만큼은 먹는 양에 신경을 곤두세워서는 안 된다.
◇ 밥상이 전쟁터가 되더라도, 가족이 함께 식사해야합니다
따라서 돌이 지난 아이를 먹일 때, 부모는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우선, 가족 식사가 중요하다. 가능하면 가족이 먹을 때 같이 먹이자. 아이가 배고파하면 간식을 가볍게 먹이는 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과 같이 먹이는 것이 좋은 식사습관을 들이는 데 좋다. 아이는 가족의 식사 모습을 모방한다. 따라서 가족 중 누군가 식성이 까다롭거나 좋지 못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의 식습관도 나빠진다. 다른 가족들도 잘 먹지 않는 것을 아이에게 먹으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만약 그렇다면 가족의 식습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때 아이의 음식은 따로 준비하자.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따로 있으므로 가족과 같이 먹더라도 아이가 잘 먹는 음식을 따로 준비하여야 하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하여야 한다. 한 음식을 잘 먹는다고 그것만 몇 번 계속 먹이면 아이는 그 음식마저 먹지 않게 된다.
조리법을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특정 음식을 싫어할 때 그것이 맛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냄새나 질감, 혹은 형태 때문인지 잘 살펴보자. 그에 맞춰 조리법을 바꾸면 예상 밖으로 잘 먹기도 한다. 음식의 질감에 유독 민감한 아이라면 씹히지 않게 다지거나 튀김, 볶음으로 조리법을 바꿔 보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꽃, 나뭇잎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또한, 편식으로 영양에 손실이 가지 않도록 대체 식품을 이용한다.
아이와 함께 요리해보자. 음식을 보고, 느끼고, 냄새 맡게 하고, 만지게 하는 것이 좋다. 아이는 새로운 음식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음식과 낯을 익힐 기회와 시간이 필요하다.
◇ 아이의 기분이 행복하다면,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행동에 관심을 두자. 아이가 식탁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이 좋다. 차라리 아이를 식탁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음식에 대한 거부인지 엄마에 대한 거부인지를 구별하여 잘못된 행동에 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먹도록 어르거나, 속임수를 쓰거나, 애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식탁에 앉아있게끔 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이의 컨디션을 살피자. 아이가 피곤하거나 놀이에 자극되면 식욕을 잃는 경우가 많으므로 식욕을 잃은 상태에서 먹지 않게끔 배려해야 한다.
식사는 30분 안에 끝내자. 아이는 음식을 적게 먹었다고 하더라도 먹기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면 생리적으로 포만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식사를 시작하고 30분 안에 어느 정도 먹여두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마라. 우측 전두엽은 감정과 분위기를 감지하는 데 아주 뛰어나다.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부모의 불안한 표정이나 초조한 목소리, 긴장된 몸을 아이는 금방 알아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로 억지로 먹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은 먹이는 횟수와 양을 서서히 늘리며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새로운 음식은 한 번에 한 가지만 주어 아이가 잘 먹는지 살펴보자. 만일 아이가 싫어한다면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과 함께 먹이는 등 아이가 잘 먹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편, 아이가 음식을 잘 안 먹는다고 해서 혼내서는 절대 안 된다. 아이가 혼나지 않으려고 음식을 꾸역꾸역 먹다 보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부모가 먼저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특히 부모가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려는 특징을 보이므로 새로운 음식을 아이에게 먹이기 전에, 엄마가 먹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아이의 기분이 즐겁고 행복할 때 아이는 싫은 것도 할 수 있게 된다. 바빠서 얼굴 보기가 힘든 아빠가 어느 날 일찍 들어와 저녁을 함께 먹을 때, “아빠도 이거 좋아하는데, 우리 OO도 한번 먹어 볼래?”하면 싫어하던 것도 한 숟가락쯤은 먹게 된다. 이때 칭찬을 듬뿍해 주면 기분이 좋아 한 숟가락 더 먹게 될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자료출처 : 베이비뉴스 칼럼니스트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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