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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어릴수록 잘 배운다? 영유아 영어 사교육은 고비용 저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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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센터관리자 작성일20-02-05 10:29 조회7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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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김정아·최규화 기자】

연간 3조 7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영유아 사교육비. 등골 휘는 비용에도 많은 부모들은 ‘불안’ 때문에 오늘도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그 불안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에겐 어떤 대안이 있는 걸까. 베이비뉴스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기획으로 열두 명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답을 구했다. - 기자 말

☞ (상편) '생후 10개월' 지은이, 영어 조기교육 이미 늦었다고요?에서 이어집니다.



이병민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사실 영유아기 영어 사교육을 선택하는 부모들이 모두 아이를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게 만들고 국제사회의 경쟁력 있는 리더로 만들기 위한 ‘거창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어교육을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서 남들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서 입시경쟁에 대비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영유아 시기부터 아이를 영어 사교육 시장에 맡기는 경우도 많다. 결국 대학입시부터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는 성적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게 미리 준비하겠다는 마음이 조기교육과 사교육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교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영역의 절대평가 전환이 영어 사교육 ‘초(超)저연령화’ 현상에 한몫했다고 말한다. 2014년 12월 교육부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출제하는 경향이 나타나, 불필요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이 초래된다는 지적도 많았다”는 점이 절대평가 도입의 배경. 교육부는 “단순히 높은 수능 점수를 받기 위한 학생과 학교 현장의 무의미한 경쟁과 학습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그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9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서울시교육청 등록 학원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울에 있는 학원 및 교습소 수는 2013년에 비해 2015년에 766개(2.9%)가 감소했다. 개설된 영어학원은 주요 과목 개설학원 중 차지하는 비율이 37.3%에서 34.3%로 감소했다.

당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를 “2014년 발표한 '2018학년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의 영향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영유아 대상 과목 개설학원 수는 같은 기간 563개에서 598개로 6.2% 증가했다. 이중 영어 과목 비율은 57.2%로 전체 영유아 학원 중 기형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으로 초·중·고 영어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자, 영어 사교육 시장의 관심이 영유아 쪽으로 옮겨갔다는 뜻이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이 영어 사교육의 ‘초(超)저연령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 영어 사교육 '초(超)저연령화' 현상 원인"



유치원 시기부터 영자신문을 통해 영어 교육을 하는 한 영어 교육업체의 홍보 문구.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영유아 시기 영어 사교육은 어느 정도나 효과가 있을까? 이병민 교수는 “비용 대비 효과가 작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사교육은 부모가 기대하는 만큼 결과가 나와줘야 하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영어를 일상에서 쓸 수 없는 환경에서는 ‘결정적 시기’에서 얘기하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만약 아이를 이중언어 사용자로 키우려면 최소 깨어 있는 시간의 20~30% 이상은 그 언어에 노출 시키거나 사용하게 해야 한다. (…)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이 12~15시간 정도 된다면, 하루에 최소 4시간 이상은 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물론 이는 일방적 노출이 아니라 의미 있는 쌍방향 의사소통이어야 한다. (「당신의 영어는 왜 실패하는가?」 173쪽)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어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무슨 언어든 어린 나이일수록 빠르고 쉽게 잘 배울 수 있다는 인식도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2015년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 - 조기 외국어 교육 효과를 중심으로(이정림, 배윤진, 조혜주, 송요현, 고성룡, 이정희)’는 이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연구 자료다. 해당 연구에서는 세 집단, ▲만 5세 유아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약 한 달간(주 5회, 4주 연속) 총 20회에 걸쳐 중국어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전 1:1 진단평가와 20회의 중국어 교육 이후 사후 검사를 시행해 비교한 결과, 대학생의 외국어 학습능력이 유아나 아동에 비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성인인 대학생이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이다.

Q. 고비용 저효율의 영유아 영어 사교육. 하지만 이미 퍼질 대로 퍼져 있는 상황인데요, 이를 잠재울 대책은 없을까요?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있을 거예요. 불안하면 시켜야죠. 그렇지만 시킬 때 시키더라도 투자 대비 효과는 없다는 걸 알고 시키셔야 합니다.

또한 영유아기에는 다양한 자극을 주고 경험을 시켜야 하는데, 영어에만 매달린다는 건 옳지 않아요. 뇌에는 문자나 소리 정보만 들어오는 게 아니에요. 모든 감각으로 정보가 들어오죠. 글자카드만 너무 쥐여주는 것도 아이에겐 안 좋거든요. 그것도 정서적 교감이 없는 상태로 언어교육만 한다는 건 더더욱 안 좋겠죠.

이러한 부모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실증적 근거자료를 들어 설득해야 하는데, 교육 당국이 지금처럼 막연하게 ‘사교육은 안 좋은 거니까 하지 말라’고 하면 안 되죠. 사교육을 안 한 아이들이 실제로 입시경쟁에서 손해 보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학부모들은 영어 사교육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아이가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게 만드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거든요.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서, 경쟁에서 다른 애보다 조금이라도 나았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란 말이에요. 그런 학부모들의 생각을 파고들려면 입시체제에서 사교육을 안 받은 아이들이 손해를 보지 않게 해줘야죠.”

Q. 사교육 안 받은 아이들이 손해를 보지 않게 한다는 말씀이 공감 가는데요. 그러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근본적으로 우리 공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해요. 우리 교육은 지금 대학 입시 위주로, 평가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예요. 영어에 한정해 생각해봐도, 영어를 잘하게 하려면 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 전부 다 가르칠 필요가 있죠. 그런데 모든 교육의 끝에는 시험을 봐야 하니까, 결국 시험으로 평가하기 용이한 읽기, 쓰기 위주로 가르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우리 교육은 항상 취지는 좋아요. 그런데 시험을 통해 평가해야 하니까 변별하려고 하고, 그러니 점점 더 평가 기준이 어려워지는 거예요.

만약 학교에서 영어를 100시간 교육했으면 학교 교육 100시간을 통해서 이룰 수 있는 만큼의 성취를 기대해야 정상이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평가와 선발이 개입하면, 교육은 100시간을 해놓고 실제로는 1000시간 정도의 성취도를 보여주도록 기대해요. 그래야 이른바 ‘변별력’이 생기잖아요. 시험 성적 따라 한 줄로 세워서 합격, 불합격 가리려면 그래야 하는 거예요. 잘못된 평가와 왜곡된 교육 시스템 때문에 아이들이 사교육으로 달려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교사들한테 ‘왜 영어교육이 제대로 안 되느냐’ 물어보면, ‘진도 빼느라 바빠요’라고 하거든요?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수영이나 운전을 배우러 갔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강사가 내가 물에 뜰 수 있는지, 운전을 할 수 있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진도 빼는 데만 관심이 있다면 어떻겠어요?

그런데 우리 공교육이 지금 그러고 있거든요. 이런 교육이 어디 있죠? 교사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정말 잘 배우고 있는지 아닌지를 살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이 잘 알아들든 못 알아듣든 그건 교사나 교육의 책임이 아니에요. 그건 다 학생 개인의 책임이죠.

내가 수영을 6개월 배웠는데 물에서 10m도 앞으로 못 나간다면 강사가 책임을 져야죠. 내 책임이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우리는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이지 선생님이 대신해주는 게 아니다’라고 해요. 학생이 알아서 열심히 해서 따라가거나, 아니면 자기 돈을 내고 학원을 가서 더 배우지 않으면 격차를 줄일 수가 없어요.

다시 말씀드리면, 우리 학교 교육의 모순은 100시간을 배워서 100시간만큼의 성취를 보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인정을 받아야 하죠. 그런데 우린 평가에서 항상 100시간 가르치고, 1,000시간 정도의 성취도를 평가한다는 것이 근본 문제에요."

◇ "사교육 안 받아도 입시 손해 안 보게 해야… 진도만 빼는 공교육 '문제'"



잘못된 평가와 왜곡된 교육 시스템이 사교육 쏠림 현상의 원인이라고 이병민 교수는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교육이 먼저냐, 평가가 먼저냐, 한다면 당연히 교육이 먼저여야 할 텐데요.

“그렇죠.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됐어요. 평가하기 위해 교육을 하고 있어요.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니까 중·고등학교에서 영어 사교육 비중이 줄어든 것 보세요. 사교육 시장이 다 영유아기로 내려갔잖아요. 영어 사교육이 줄어든 게 영어의 국제적 위상이 줄어들어서 그런 건가요? 아니잖아요. 평가와 입시가 대한민국 교육을 설명하는 열쇠에요.

교육의 공급자는 교사, 교육부, 교육청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교육 문제에 처절하지 않아요. 교육 현장을 들어가 보면 이론과 별개로 돌아가고 있어요. 교육을 설계한 공급자와, 학생과 학부모로 대표되는 교육 수요자는 완전히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거든요.

국민은 세금을 내고 국가는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쳐요. 그게 공교육이잖아요. 교육과정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약속이자 일종의 계약문서입니다. 국가는 이를 책임지고 이행할 의무가 있고, 국민은 국가가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해요.

지금은 교육과정 자체도 너무 수준이 높다는 문제가 있어요. 그렇다고 학교에서 그걸 만족시킬 만한 수업을 하고 있느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또 평가는 교육과정보다 더 어렵게 진행돼요. 교육과정 다르고, 학교 수업 다르고, 평가까지 모두 다 다르니까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 사교육이 없을 수 없죠. 교육과정을 제대로 설정하고, 학교는 거기에 맞춰서 교육하고, 학교 내신이나 수능과 같은 평가는 그 기준에 따라 진행된다면 사교육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공교육이 어떻게 돌아가든 교육문제에 관심도 없는 거고요. 어차피 자기 자식들은 돈을 써서, 사교육으로 극복해버리면 되니까.

반면 일반 시민들은 탈출구가 없어요. 시스템을 바꿀 능력도 없고, 심지어 문제의식도 갖지 못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모두 자기 아이들을 상위 5%에 들게 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95%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아무 관심도 없죠.”

끝으로 이 교수는 영어교육 학계에 영유아 영어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한국 학자로서 대한민국이 처한 문제에 연구 또한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공통의 영어교육 문제도 물론 있겠지만, 한국의 영어교육 학자로서 대한민국이 처한 영어교육의 문제를 연구하는 게 맞다는 얘기. 이 교수는 “그런데 (현재의 한국 학계는) 그런 문제의식은 없고 미국에서 ‘이게 이슈다’ 하면 그걸 그냥 차용해서 우리도 연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정적 시기 가설이나 과장된 조기교육 효과 등이 다 그런 사례”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연구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지식을 창출해서 그 지식을 사회가 잘 반영할 수 있게, 사회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만들어주는 것이 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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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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