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쉼표육아] 놀이로 편식하는 습관 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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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센터관리자 작성일19-11-13 14:49 조회71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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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가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 말에 공감갈 때가 많다. 아이만 잘 먹어준다면 요리를 하는 수고로움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아이가 편식이 점점 심해져서 걱정이다. 채소와 과일이 들어간 음식은 싫어하고 잘 안 먹는다. 아이에게 다양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데 쉽지 않다. 동네 엄마들이 노하우를 알려 주었다. 볶음밥에 채소를 잘게 잘라서 안 보이게 넣어주면 잘 먹는다고 했다.
그날부터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채소는 잘게 다져서 넣었다. 볶음밥, 짜장, 카레, 계란말이 등 다양한 요리에 다진 채소를 활용했다. 아이가 잘 먹어주어 다행이었지만, 항상 모든 재료를 아이 모르게 넣어서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싫어하고 안 먹으려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집 다녀온 아이가 작은 바구니를 내밀었다.
"어린이집 텃밭에서 내가 따온 방울토마토에요. 매일 물도 잘 주었더니 이만큼 컸어요."
아이는 두 손 가득히 토마토를 들고 내게 어린이집 텃밭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린이집 텃밭에서 아이들이 직접 키우는 채소와 과일을 수확해 온 날, 아이는 유난히 기분이 좋다. 하지만 토마토는 아이가 잘 안 먹는 과일. 그래서 반은 어른이 먹을 음식에 넣고 나머지 반은 아이에게 갖고 놀라고 줘 봤다. 아이는 냄새도 맡아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주무르며 한참 신나게 토마토를 갖고 놀았다.
문득 아이가 어릴 때 많이 해줬던 촉감놀이가 떠올랐다. 두부, 미역, 바나나 등 아이가 갖고 놀기에 안전하고 부드러운 음식으로 열심히 놀아줬다. 촉감놀이가 아이의 정서와 오감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얼마나 정성스럽게 해줬던지.
◇ 아이의 채소 거부감 줄여준 '촉감·요리놀이'
다음 날 아이는 "토마토 놀이 또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이와 토마토로 촉감놀이를 한 후 요리를 함께해 보기로 했다.
"엄마랑 같이 토마토 요리 해볼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에 앉았다.
"토마토 만져보니까 느낌이 어때?"
"말랑말랑해요."
"토마토를 넣어서 맛있는 음식 만들자."
이날은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피자를 만들기로 했다. 아이는 항상 엄마가 만들어 준 것만 먹어봤지, 엄마와 함께 요리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요리에 집중했다.
"피자는 어떻게 만들어요? 난 이거 넣을래요. 너무 재미있어요. 토마토 피자 만들었어요!"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토마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이 보였다.
그 이후로 나는 요리를 하기 전 아이에게 요리에 쓸 식재료를 주고 충분히 놀 시간을 주었다. 간단한 요리는 함께 준비했다.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그때부터 아이는 여러 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이가 낯설어하거나 거부하는 음식이 있다면, 그 음식에 충분히 친해질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럴 때 평소 음식에 관한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할 수 있다면 작은 화분에서 직접 재배하게 하는 것도 음식과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
식습관을 단시간에 개선하는 것은 어렵다. 그럴 때 '요리활동'을 하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집에선 김치를 안 먹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만든 김치는 잘 먹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어른은 아이가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탐색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어른들에게는 요리가 일상일지 몰라도 아이에게는 새로운 놀이가 될 수 있다. 음식을 이용해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와 활동을 찾아보고 활용해보자. 나 역시 그렇다. 아이에게 음식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기 위해서 오늘도 책을 읽고 정보를 탐색한다. 언젠가는 아이가 이 엄마의 노력을 알아주고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줄 날이 오겠지?
*칼럼니스트 박민주는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 유치원 교사로 일했습니다. 육아와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에 관심이 많습니다. 매일 조금씩 성장해가는 아이들과 쌓아온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지친 육아에 쉼표가 되는 글로 마음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자료출처 : 베이비뉴스 칼럼니스트 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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